시간의 재 마법사의 고양이

잊으려고 노력 할 수록 더욱 선명하게 기억난다.
옛 연인을 떠올리며 영화 동사서독의 장국영은 취생몽사를 마신다.

당신이 나의 시간 속에 머문 이후, 나의 마음 속에서 당신의 시간은 흐르지 않고 고여있다.

현재가 슬퍼질수록 과거로 도망친다. 그러면 당신이 없는 현재는 더더욱 슬퍼진다.

사랑가득한 목소리로 전화하던 당신.
옆에 잠든 나를 보느라 잠들수 없었다고 말하던 당신.
너는 내꺼라고, 몸도 마음도 언제까지나 내것이라고 진지하게 말했던 당신.
다정하게 머리를 쓸어주고 입을 맞춰오던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나.

과거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그 순간은 행복하다. 적어도 떠올릴 수 있는 수많은 행복한 나날들이 있어서 일지도 모른다. 나는 보물상자같이 그 순간순간을 담아두고는 몇번이고 쓸고 매만지고 꺼내어본다. 여러가지를 기억하기 위해 적어두고 기록하고 사진을 남기는 내 버릇은 꽤 도움이 된다
아마도 이 기억과 마음으로 얼마간은 괜찮을 것이다.
그가 변하고 더이상 내가 간절하지 않은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진작 알고 있었지만 인정하는 것에까지 오랜시간이 걸렸다. 나는 이제 그에게 완전하게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사람이고 -때로는 없는쪽이 나은- 그의 표현을 빌자면 '상관없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받아들였다.

하루종일을 집의 작은 방에서 책을 읽고 때로는 친구들의 단체 채팅에 실없는 메세지를 끼워 보내고,그가 아버지와 성격이 비슷하기 때문에 잘 맞지 않았을 거라고 말하며 나를 다독여주는 엄마와 울지 않기 위해 평정을 가장하는 하루를 보냈다

내가 눈물이 무척이나 많아지는 것은 그의 한정이었고, 내가 사정하거나 사과하는 것도, 참고 인내하는 것도 모두 그의 특권이었다.

그는 아마도 지금 나의 지척까지 왔을 것이다. 매번 명절마다 좋은 일이 많았기에 이번 명절이 낯설고 외롭다. 처음 같이 맞은 추석에는 일하는 나를 위해 그는 이적의 노래를 보내 주었다. 일하는 동안 족히 50번은 넘게 그 노래를 들으며 열렬히 공감했다. 멀리 그대가 보일때면 가슴이 떨려, 어김없이. 떨리는 마음이 이상해. 터지는 웃음이 이상해. 슬픔이 머물다간 자리, 눈물이 고였던 흔적.
아마도 우리는 그 흔적들을 시원하게 씻어 내리지 못했던 것 같다. 너무 자주 깨어진 그릇은 채 견고하게 아물기도 전에 굴려지고 떨어지고 뜨거운 물이 부워지고. 그래서 아무리 무언가를 담아보려해도 새어나오고 흘러내렸다.

그래도 당신이 보고 싶었다. 보고 싶다.
그렇지만 그럴수 없다는 것을 아주 간신히, 간신히받아들이고 있다.
내가 먼저 연락하지 않으면 아마 그는 다시 나에게연락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한 우리 사이의 칼자루는 늘 그에게 있었다. 내가 무언가 마음에 안들거나 잘못했을 때 마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그에게 응당 해오던 것을 중단시켰다.

그리고 끝끝내는 사랑을 중단시켰다. 우리 조금더사랑하자. 라고 속삭이고 미안하다고 말했던 말이 귓가에 채 식지 않았는데 사람은 가고 없다. 그의 뜻 앞에서 나의 어쩔수 없는 사정은 그저 반항 혹은 불충에 불과했나보다. 그는 그런 것을 이해해주고 받아줄 마음이 없는 것이다. 어쩔수 없는 것이다. 사랑하는 만큼 참고 이해하고 희생하고 받아준다. 그가 그러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해서 비난하거나 탓할 수 없다. 그저 슬플 뿐인 일이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제는 그저 그에게 있어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린 내 마음과 나 자신을 조용히 치워내는 것 뿐이다. 아마도 애저녁에 했었어야 할 일을 지난 추억과 사랑했었다는 의무 혹은기억의 편린들이 그를 붙잡고 내게는 작은 희망을 주었을 뿐이었다.

그만하자. 털어버리자 하고 몇번을 다짐해도 되지 않는다. 매일 이렇게 지내야 된다는 내일에 숨이 막힌다. 그래서 요즘은 별다른 의욕이 없다. 하루하루 기억과 감정을 소모하며 살고 있다.
그래도 또 살겠지 살아지겠지. 그리고 언젠가는 희미해 지겠지. 그런날이 얼른 오기를, 또 오지 않기를 동시에 빌며 하루를 마친다.

헤. 고양이의 기분

나는 바보.
왜 당연히 오빠도 나랑 저녁을 같이 보내고 싶어할줄 안거지. 아무생각없이 저녁에 보면 될거라고 생각해버려서 난처하게 만든거 같다.

갑자기 엄청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슬프고.

아쉬워 정말 만나고 싶었는데. 아주 작은 것이지만줄것도 이썼는데.

정리 고양이의 기분

내일 서울에 간다. 그를 만날 수 있을지 없을진 모르겠지만 연락을 해볼 생각이다. 약속하기도 하였고, 줘야 할 것도, 받아야 할 것도 있다

오늘은 같이 근무한 후배를 데리고 아웃백에 갔다.그리고 오빠와 함께 사용하려고 계획했던 쿠폰을 썼다. 아직도 함께 사용하려고 모아둔 쿠폰이 서머개는 된다. 아마 사용할 때마다 목이 메이게 될것이다 오늘처럼. 후배는 나를 위로해주었다. 그저 서로 상황이 너무 달랐던 것이라고. 그도 분명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거라고.

그리고 머리를 하고, 병원에 갔다. 엄마는 머리를 짧게 자르길 원했지만 나는 헤어짐을 광고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기에 그저 염색만 새로하였다. 그를 만나고 나는 계속 염색을 하였으니 아마 그는 검은 머리의 나는 본적이 없을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니 우리가 서로 사랑했던 시간은 너무나 짧았던것 같다. 그러나 그는 내 삶에서 가장 긴 시간을 함께한 사람이다.

그 전에는 너무 덜 사랑했고. 이번에는 너무 많이 사랑했다. 결과는 같지만 아픔이 다르다. 너무나 달랐다. 나는 극단적인간이고, 아마도 문제는 나에게 있는 것 같다.

그에게 줄 물건을 챙기며 또 한번 울었다. 내게 있는 그의 물건이 생각보다 매우 적다는데 놀랐다.
잠시 돌려주지 말고 가졌다가 조금 더 후에 주겠다는 걸 핑계로 한번 정도 더 만날수 있지 않을까 하였다가 관두었다. 내가 구차해지는것은 관계없지만 그에게 더이상 괴로움을 주고 싶지 않다. 귀찮음을 겪게 하고 싶지 않다. 나는 이미 내 욕심 때문에 너무 많이 그를 괴롭히고 귀찮게 했다. 이젠 됐다. 이미 과하다.

그는 아마도 아주 자연스럽게 내가 없는 삶을 살고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다른 누구든 나를 보았을 때 그럴 것이다. 밥을 먹고 때론 웃고 농담을 하고 일을 하고. 그저 혼자 있을 때 울기만 하는 것과 제대로 잠을 잘수 없어 아토피 알러지가 더더 심해지는 것을 제하면 아무도 모를 것이다.

간혹은 바보같은 생각을 한다 이렇게 무의미하게 사는 것보다는 죽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고.
늘 바보같은 생각을 하던 나를 붙잡아주던 것이 그의 존재였다. 그런데 이젠 그런 사람이 없으니까 나는 이래저래 흔들리고 약해진다.

그에게 해주고 싶은 일에 대해서 생각했었다. 해주려고 계획하지만 못했던 것도 생각났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려했었고
아쿠아리움에 가려했었다
저금통을 뜯어 모니터를 사려했었다
내가 이사를 하게 되면 될 수 있는한 집을 같이 골라준다고 했었다.
같이 마사지를 받으러 가려했었고
새해를 함께 보내기로 했었다.

문득 생각이 났다. 나는 크리스마스때 그가 내려와서 나와 몇일을 보내고 또 새해에는 우리가 서울에서 함께 보내길 바랐었다. 그는 어렵다고 말했고 나는 실망했고 그는 실망한 내게 실망했다.
그렇게 시작된 다툼이 결국 파국으로 갔다.
그런데 그는 크리스마스때 내려왔고 홀로지만 몇일을 보냈으며, 새해에는 가족행사에 참여하지 않고 서울에 있다..
어쩐지 이게 그가 나에게 보내는 화해의 메세지 같이 느껴진다면 내 바람일까? 내 바람이 그저 모든 것을 오해하게 하는 걸까? 지금이라도 전화해서 울고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말하면 그는 나를 감싸주고 예전처럼 다시 사랑한다고 우리 애기라고 말해줄까? 그래도 괜찮은걸까 우리는?

하고 또 바보같은 생각을 해본다. 안될줄 알면서도. 그만하자. 더 미움받기 전에. 좋았던 추억도 혐오스럽게 기억해버리게 하기 전에.

일년전 이맘때 나는 정말 정말 행복했었는데.
우리는 교회에 가는 것이 두려웠던 나 때문에 조금언쟁을 나눴었다. 하지만 사실 다녀와서는 괜찮다고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했다. 그의 가족들을 만나 인사하고 새해를 함께 보낼 수있었다
가장 먼저 새해 복 많이 받고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있었고 또 행복하게 소근 대다가 주위의 시샘을 받고 혼나기도 하였다. 함께 많은 이야기를 하고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소개받고. 몇번의 새해가 와도 이렇게 즐겁게 사랑하며 지내자고 이야기 하고 또 뜨는 해를 보며 그가 나를 배웅해주었다.
그런데 지금 나는 불행하다. 불과 일년전일일 뿐인데 까마득하다.

끝. 고양이의 기분

오빠가 둘이 만든 카페를 탈퇴했다.

그걸 보는 순간 그냥 마음 한구석 어딘가가 뻥 뚤린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모래를 아무리 끌어모아 성을 쌓아도 파도가 한번 들이닥치면 아무것도 남아있는 것이 없다.


헤어지던 날에 조금 희망을 가지고 마음에 안정을 찾고 있었는데. 이제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할 수 있을거 같았는데.



이젠 정말 그러지 말아야겠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것을 결심한 그를 위해서 그냥 보내주는게 옳은거 같은 기분이 든다.




그치만 아무리 생각해도 실감이 안나, 당신과 내가 이제 아무것도- 아무 사이도 아니라는 것이.

하루는 고양이의 기분

무의미한 하루는 상당히 빨리간다.
일을 마치고 집에와서 조금 쉬다가 밥을 먹고 약을먹고 약을 바르면 벌써 하루가 간다.
더디게 가는 것보다는 좋은일인지도 모른다

한동안 차도가 없던 병은 발쪽이 겨우 낫기 시작한다. 아마도 주사의 효엄일지도 모른다.

언제 올지 모르는 연락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다. 어떤 약속이나 상황도 만들지 않고 기다린다. 헤어지기 전에도 했었던 일을 하고있다. 그런건 괜히 나에게 희망을 주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살풋 낮잠을 잤는데 꿈에서 그의 집에 갔다. 내 물건을 가지러. 책이며 옷가지며 - 실제로 옷가지는 없지만. 아 수영복이 있으려나? 기억이 안난다..- 챙기고 나오는데 화장실 유리에 붙은 미소짓는 칫솔꽂이에 내것이 이미 없어져서 꿈에서도 슬펐다.
아마 그것은 그저 꿈일 것이다. 내가 아는 그는 아마 내 흔적은 하나도 치우지 않고 두었을 것이다. 아주 작은 것 까지.

목요일엔 학교에 볼일이 있으시니 아마 늦어도 내일 저녁엔 가셔야 겠지.. 연락이 오기를 바라본다.
이제는 아주 옅은 미소와 상냥한 마음으로 그를 배웅할수 있을 거 같은 느낌이 든다

살아가는 모든 것에 함께 있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떠오른다. 오늘 제일 많이 떠올린건 왜인지 모르겠지맘 올해 생일을 맞아 먹었던 생일 상 맞은편의 그의 웃는 모습이 가장 많이 떠올랐다. 그의 모든 웃음은 의미가 있지만 그날의 미소는 정말 행복해 보였다. 나에게 많은 사랑을 담아 지어보이는 미소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가 아직도 나를 사랑하고 존경한다는 마지막 인사말을 떠올린다. 말을 이어 부여 잡고는 하루를 또 버틴다. 내일도 추억을 곱씹으며 현재를 살겠지

1 2 3 4 5 6 7 8 9 10 다음